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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길을 산책하는 상쾌한 기분에 대하여

by walkroadinfo 2024. 12. 16.

겨울 아침, 창밖으로 흩날리는 눈을 보며 나도 모르게 설렘이 밀려왔다. 하얀 눈으로 덮인 길은 마치 세상을 새롭게 덮어버린 듯 깨끗하고 고요했다. 두꺼운 코트를 챙겨 입고 문을 나섰다. 차가운 공기가 폐 속을 가득 채우며 신선하게 들어오는 순간, 머릿속까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눈 내린 길 위를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산책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짧은 교감의 시간이다.

 

새하얀 눈이 수북이 쌓인 길 위로 첫 발을 내디딜 때, 눈이 뽀드득 소리를 낸다. 그 소리는 마치 나와 세상 사이에 특별한 대화를 시작하는 신호 같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회색빛 일상 속에서 이런 사소한 순간은 신선한 자극이 된다. 눈길 위에 새겨지는 나의 발자국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나가다 보면, 세상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눈 내린 길은 풍경을 바꾼다. 평소에는 흔히 지나치던 나무들도 하얀 눈을 이고 서서 특별한 존재처럼 보이고, 건물의 지붕 위에 쌓인 눈은 마치 동화 속 마을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이런 풍경 속에서 걸을 때면 발걸음이 저절로 느려진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순간을 오래 머물며 감상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바람은 차갑지만, 눈이 주는 부드러운 풍경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눈길을 걷다 보면 주변의 소리도 다르게 들린다. 눈은 모든 소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자동차의 소음도, 사람들의 대화 소리도 흡수되어 조용한 평화로움을 만들어낸다. 이 고요함 속에서 들리는 것은 내 발걸음 소리, 내 숨소리뿐이다. 그렇게 나와 세상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순간, 나는 비로소 자연의 일부가 된다.

 

눈길을 걷는 동안, 종종 내가 지나온 길을 돌아보게 된다. 새하얀 눈 위에 남은 발자국들은 내가 지나온 흔적이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내 존재의 증거이지만, 동시에 곧 사라질 흔적이기도 하다. 눈은 시간이 지나면 녹거나, 다시 눈이 내려 모든 것을 덮어버릴 것이다. 이런 일시적인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순간을 더 소중히 여기게 만든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는 상쾌함과 행복은 오직 이 시간, 이 장소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눈 내린 길을 걷는 기분은 단순히 상쾌한 것을 넘어 내 마음을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게 만든다. 눈은 모든 것을 덮어 새로운 캔버스를 만들고, 나는 그 위를 걸으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상상한다. 눈이 주는 깨끗함은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이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재충전의 감각이다.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나의 발자국은 점점 사라져 갔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아쉽지 않았다. 그 자리를 채우는 새로운 눈처럼, 내 안에도 새로운 감정과 에너지가 차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짧은 산책이 내게 준 상쾌한 기분은 아마도 오랜 시간 내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눈 내린 길 위를 걷는 것은, 단순히 발을 움직이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과 세상 사이에 교감의 다리를 놓는 일이었으니까.

 

눈 내린 길 위를 걷는 상쾌함은 여전히 나를 깨끗하게 만든다. 그것은 겨울의 선물이다. 그리고 나는 그 선물을 온전히 누리며, 나의 겨울을 조금 더 따뜻하고 특별하게 채운다.